내 젊은 날 겪
- 내 젊은 날 겪었던 역사 속으로의 추억여행 같은 소설 -
조성기 작가의 '1980년 5월 24일'을 며칠간 푹 빠져서 읽었다. 책을 보는 내내 고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과 군에 있던 그때에 내가 겪고 경험한 역사적인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 것을 느낀다. 마치 추억 여행하듯 읽은 이 소설 속의 내용은 내가 그 시대를 살아오며 보고 경험하며 생각한 것들과 같아 이야기에 공감하게 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웠다.
소설은 독재자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가 사형장으로 가는 동안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박대통령의 권력을 위해 자신이 했던 과거의 회상과 잔인한 독재 권력이 저지른 무수한 사건들을 들추어내고 그 이면을 설명하면서 1979년 10월 26일 밤에 이루어진 사건에 이르는 이야기와 재판 과정을 거쳐 사형장에 이르기까지 김재규 본인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다.
작가는 이 소설이 김재규의 일생을 요약한 연대기이면서 참회록이며 시대를 고발한 증언록이라고 하였다. 독재에 짓눌렸던 그 시대 많은 사람의 염원이 김재규에게 투입되었고 그는 그들의 염원을 대리하여 실현한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나도 동의하고 싶다.
김재규의 평가는 아직 뭐라 판단할 수가 없을 것 같다. 자신의 은인을 시해한 파렴치범인지,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 새 시대를 가능하게 한 혁명가이고 의인인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. 후대의 역사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어떤 평가가 될 지 궁금하다.
전쟁 때 국민을 버리고 내빼고 결국은 독재와 부정선거로 쫓겨나 대한민국 초기의 중요한 시기를 망쳐버린 이승만을 오로지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건국의 아버지로 부활시켜 기념관을 만든다고 설치는 판이니 후대의 평가란 것도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 싶다.
얼마전 5월 11일 선후배 은퇴교사들과 함께 안산 자락길을 걷기 전 서대문독립공원(구 서대문형무소)을 둘러 보면서 구석진 곳에 있는 사형장까지 갔기 때문에 100년 가까이 사형수들의 마지막 통곡을 지켜보았던 미루나무가 2020년 태풍에 쓰러져 있던 모습과 사형장 내외부를 보고 온 기억이 남아 있었다. 그래서인지 소설에서 사형장으로 들어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마지막 장면이 특별히 생생하게 다가왔다.
독립투사 한 서린 ‘통곡의 미루나무’, 쓰러진 채 보존한다
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보존 처리 거쳐 전시 시작“역사적 아픔 시민과 나누기로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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